10426333_970237493000706_1365020532963369250_n.jpg :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마태 2,18)(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한 성명서)11150261_969676159723506_6899559343514086898_n.jpg :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마태 2,18)(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한 성명서)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마태 2,18)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한 성명서)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구조과정에서 생명을 잃은 고귀한 죽음들을 기억하며 삼가 고인들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큰 위로와 힘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청합니다.

반성과 변화의 노력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고통스러운 사고 수습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우리 모두는 “미안하다”는 말을 삼키며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반성하였습니다. 관행을 핑계 삼아 부정과 비리에 눈감고, 안전과 원칙을 등한시했던 우리의 죄와 물질적 성공과 탐욕만을 추구한 사회 현실이 세월호 비극의 뿌리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족의 곁을 지키며 함께 눈물 흘리고 봉사하였습니다.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포함한 304명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진도 체육관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였고, 팽목항과 안산 분향소, 광화문 광장에서도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의 표현입니다.

현 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그러나 지난 3월 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보며 우리는 진실을 왜곡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사태에 우려를 표합니다. 조사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모호한 위원회 구성, 축소된 업무 범위와 인원 등의 내용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의심하게 합니다. 사고 발생과 구조 과정의 진실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현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특별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검토되고 있는 다양한 논의, 절차, 계획 및 문제들도 숨김이나 왜곡 없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합당한 이유 없이 지연되거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 공동선이 실현되는 사회는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를 청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드러내고,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명확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입니다. 만약 이번 사태도 불투명하고 불분명하게 처리하며 덮어두고 지나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비극을 겪으며 가슴을 치고 통곡하게 될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 여러분과 국민에게 청합니다. 이웃, 특히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사회의 불의에 무관심한 태도를 갖지 맙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하며 우리 현대인들은 이웃들의 희생에 대한 형제적 책임감을 상실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무관심은 사회적 악을 배양하는 영양분입니다. 그 위에 부정과 비리, 온갖 범죄와 사고가 자라납니다. 사회의 불의와 부정에 침묵하며 약자의 고통에 무관심한 자세는 정의롭지 못한 자세입니다. 더 큰 불행의 씨앗이 자라나는 상황을 방관하는 죄입니다. “정치권력은 모든 사람들의 권리, 특별히 가정과 불행한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인간적으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여야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37항). 우리는 정치권력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복음의 정신으로 깨어 지켜보아야 합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에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진실을 바로 드러내고, 환부를 도려내어 비극이 자랄 수 없는 정의로운 사회로 진입하는 역사적 계기로서 기억되어야 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넘쳐흐르는 세상, 비리와 부정이 참사를 키우지 않는 세상에서 희생자들은 부활하며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현 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또한 특별법의 취지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세월호를 인양하여 유족들의 피눈물을 닦아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다시는 이런 통곡이 들리지 않도록 우리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거짓과 불의에 저항하고, 진실과 정의를 선택합시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할 때입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진실이 드러나고 문제가 해결되어 참된 치유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2015년 4월 1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