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침묵 피정을 마치며...

전분순 (세실리아)

 

먼길을  걸어왔습니다.

님이 제곁에 계신지도 모르고

몇번이고  서성이고  서성이다가

돌고돌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안의 교만함, 이기심, 불신, 억울함, 욕심, 미움

  모든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은채

바보같이 걷고 걸었습니다.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 또한 나의 마음속 깊이 깔려 있는

교만함이 아닐런지요?

마음이 비워졌다면 다른 사랑으로

채워졌어야 하는데… …

욕심만으로 내것만 버렸습니다.

나를 버림으로써 다른 것들을

채워 주셨을 님이 계셨는데

그걸 모른채 헤메고 다녔습니다.

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모른채 말입니다.

이제 크고 넓은  사랑을

비워진 마음속에

차곡차곡 채우며 살렵니다.

그런 마음으로 남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들의 고통도 함께 느끼며

님에게 조용히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