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 칠죄종’에 주목한다

교황청이 최근 제시한 ‘세계화 시대의 신(新) 칠죄종’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파멸과 분열의 위협을 잘 대변해준다.

교황청 내사원이 밝힌 신 칠죄종은 환경파괴, 윤리적 논란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 DNA 조작과 배아줄기세포연구, 마약 거래, 소수의 과도한 축제, 낙태, 소사성애 등 일곱가지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紙)는 신 칠죄종을 전하면서 “이탈리아 가톨릭 신자의 60%가 고해성사를 회피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세속화된 세상에서 죄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개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6세기 그레고리오 교황이 정리한 ‘칠죄종’은 원래 교만, 인색, 식탐, 탐욕, 분노, 질투, 나태 등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모든 죄의 근원이기도 한 7가지 죄를 말한다. 신 칠죄종 역시 현실적인 범죄 목록이 아니라 인간을 나락과 파멸로 이끄는 원초적 악덕들을 제시했다. 다른 점이라면 기존의 칠죄종이 주로 개인적인 차원인데 반해 신 칠죄종은 보다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죄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자체로 죄일뿐더러 다른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원초적 죄악들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는 심각한 자원고갈과 식량난을 몰고 왔다. 윤리적 논란을 가져오는 과학실험과 사회적 불공정(소수의 과도한 축적) 등은 개별 인간을 넘어 집단적 영향력이 개인과 사회를 파멸로 몰고 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오늘날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식량 가격의 불안정은 그 전조다. 극단적인 식량난이나 가격 급등 사태는 곧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간 충돌로 이어질 것이며 파국은 머지 않았다. 이미 경보는 울리고 있다.

낙태와 인간생명에 대한 심각한 도전들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생뚱맞은 감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생명의식은 둔감하다. 생명에 대한 범죄들은 편리와 이기(利己)의 허울을 쓰고 인류를 유혹한다. 유전자조작과 배아복제는 오로지 부의 축적을 위한 방편으로서 그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으려 한다. 작금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혜진양 실종 토막살인 사건도 소아성애자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청이 밝힌 ‘신 칠죄종’은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읽는 예언적 가르침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인류를 파멸에서 구하고 영(靈)으로 충만케 하기 위해 ‘신 칠죄종’에 주목하고 깨어 기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