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의 기쁨
이신 아틀란타 CLC 형제, 자매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게시판에서 인사 올립니다.
이제 머지 않아 (6월 27일 수요일 오후 2시) 서품이란 큰 선물을 받게 되어 그 기쁨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계속 듣는 말이 "받는 그날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마치 한겨울의 뾰족한 고드름을 이마 위로 바라보는 듯한 납량특집, 가슴 써늘한 농담을 들으며 찜통 더위가 시작된 여름의 땀을 식히며 삽니다.^^

귀국이후 한달 전만 하더라도 걱정하나 없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서품일이 다가오면서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뭔가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입학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랄까요? 아니면 미국에서 신학공부할 때 거의 매일 느꼈던 준비가 안된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는 것, 페이퍼 마감 날짜는 다가오는데 주제도 못 정하고 있던 때 느끼던 감정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준비도 제대로 못한 제가 이렇게 그 선물을 그냥 덥석 받아도 되나? 사제가 되어 봉헌하기를 바랐던 여러가지 성무들이 일상의 삶속으로 갑자기 들어올 때에 그것을 계속 즐겁게 행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갑자기 무력감에 빠지면 어쩌나? 아직 오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다가 나가곤 합니다. 영신수련 영의 식별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 서품날짜를 바로 코앞에 두고서도 예외는 아닌가봅니다.

이 가운데 위안이 되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리라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역설적이게도 많이 성에 차지 않았던 저의 미국생활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힘을 붇돋우워주시던 분들이 기도 중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넉넉한 마음을 나누어주시던 분들입니다. 십자가를 지고가면서도 손을 내미시던 예수님이십니다.

특히 , 넉넉한 웃음 속에 이미 깊이 녹아든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들을 때마다
크다고 생각되던 제 자신의 어려움이 웬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십자가 함께 지고 가시는 예수님께서 돌아보며 웃음을 짓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이민생활 이야기를 넉넉한 여유로움 가운데 함께 나누지 못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지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현재로선 그곳에 계신 예수님께 미루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맙습니다."
입니다.

그곳에서 함께 지내서 고맙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서 고맙고,
함께 미사와 기도를 드려서 고맙고,
함께 공부하고, 연극을 해서 고맙고,
함께 놀러가서 고맙고,
함께 밥먹어서 고맙고,
함께 음주가무에 끼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서품초대장을 지난 목요일(6월14일)에 보냈습니다. 비행기표 예약하시기에는 좀 정도가 아니라 많이 늦었지요? 오시면 저야 더할 나위없이 반갑고 영광스럽게 좋은 일이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미사나 기도 중에 잠시 기억해주시는 것 역시 몸소 축하해주러 오시는 것만큼 효과가 똑같다고 믿습니다.

멀리 큰 바다 건너 떨어져 있지만 기도 속에서 서로를 기억하는 귀중한 만남을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리라고 믿습니다.

CLC가 아닌 다른 분들께도 제 고마운 마음을 꼬옥 좀 전해주세요.

자매, 형제님들께 건강과 기쁨이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류충렬 부제 드림

덧글:
혹시 초대장을 못받으신 분이 계시면 너그럽게 잠시만 섭섭해하시고^^, 주저하시지 마시고 제게 메일을 주시면 즉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주소는 andyryu9@yahoo.com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