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주신부님의  글을 예수회 강론 및 단상 에서 퍼왔습니다.




  "기도의 열매의 향기"

대사 앞에 예수님도 날 밤을 세우 곤 하셨다. 소위 말해 철야기도이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기도하신 장소들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었다고 본다. 초원이거나 아니면 돌이 있는 그런 산들이었다고 보여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아버지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때론 직접 아버지가 보내신 분들을 만나셨다. 우리는 얼마나 피땀을 흘릴 정도의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해 보았는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얼마나 항구함을 가지고 기도를 했는가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에게도 대사라면 대사라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당도 아니면서 가끔 무병을 앓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더 커서야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인내하면 치유되는 병이니 무병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쳐가고 있었고, 서품이라는 대타이틀 앞에서 찾아온 마음의 병, 이 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조용히 도사 같은 우리 원장 신부님을 찾았다. 아모로스 신부님, 제가 마음이 말이 아닙니다. 소주 몇 잔으로 해결이 될 그런 것이 아닌 데요 했더니, 그럼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글쎄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분명히 원하는 것이 있으니 하루 쉬면서 보라는 것이었다. 하루를 쉬어보니 뭔가 잡혀 오는 것이 있었다. 말 그대로 쉼이 필요했고, 고요함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폼 잡고 앉아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몸과 마음이 필요로 하는 쪽의 쉼의 요구가 있었다. 다름 아닌 나만의 시간 안에서의 그분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자 그럼 어떻게 한담, 그래 도사 같은 그분과 대화를 하면 뭔가 답이 나오질 않겠는가? 다시 아모로스 원장신부님과의 독대 속에서 역시 그분은 사람으로선 아주 큰 사람임을 알게되었다. 그래요 세상에 중요한 것이 뭐요. 하느님, 그리고 본인이요, 본인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한 달은 무리가 될지 몰라도 일주일 정도라면 내가 다 책임지겠소. 그래서 자연과의 대화와 동시에 순수한 피정이 이뤄졌다.

새벽미사 후 수도원을 떠나 동경 외곽을 나가면 2000 미터 높이의 산들이 즐비하다, 하루 예외 없이 꼬박 일주일 물 한 병과 오니기리(김밥)를 준비해서 하루 종일 산을 오르고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기도를 한 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기를 일주일하고 나니 내 안의 모든 독소가 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영신수련의 첫 주간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깨끗하게 정리된 속을 어떻게 그분으로 채울 것 인가였다. 그러나 그것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채는 순간 그렇게 기쁠 수가, 그러나 그것도 내가 안 것이 아니라, 나의 가장 사랑하는 나의 모친이 깨우쳐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주일이 지난 어느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는데 마치 천상을 나는 듯한 가벼움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다름 아닌 돌아가신 모친께서 꿈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 나의 아들아 나를 따라 와봐라, 오랜만에 뵙는 모친이라 얼마나 기뻤던지, 아가처럼 엄마를 졸졸 따라갔더니, 모친께서 보여주시는 곳은 다름 아닌 명동성당 뒤뜰의 성모동산이었다. 성모동산 뜰 앞에 커다란 잔치 상을 차려 놓으시고는, 이 상이 얼마나 좋은 상인데 안 받으려는 것이야, 세상에 이 상 보다 더 좋은 상은 없어 하시며, 환한 미소를 남기고 떠나셨다. 아!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잠에 깨어난 나는 환희의 눈물이었는지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느님 아버지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훌훌 털고는 원장신부님을 찾아가, 일주일의 변화를 말씀드렸더니, 베드로 형제여! 사랑합니다. 좋은 수도자로 살아갈 것이요. 어머니도 그렇게 축복해 주시질 않소! 그 이후로 한 길만을 그분 안에서 열심히 가고 있으며, 가끔은 수난이 찾아들고 있지만, 그 때의 주님의 은총이 커서인지 늘 기쁜 마음으로 수도의 삶을 잘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고난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고난의 시간은 영원한 시간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고난 뒤엔 반드시 기쁨과 영광이 옴을 말이다. 그것은 나의 잘남 보다 그분의 힘에 의해 이뤄짐을 믿어야하고 거기에 내가 참여해야할 영역이 있다면 그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님 안에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항구하게 그분을 향해 기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