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환자를 고치신 예수"
마르코 복음 2장 1절에서 12절까지 기록된 예수님의 행적
배경: 푸르른 갈릴래아 호수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 보이고 그 앞에 작고 평범한 집 앞에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다. 군중사이에도 은근한 긴장이 스며있다. 먼저 치유 받고자 차례를 기다리며 서있는 군중들.

1. 친구 두 명이 우연히 길에서 만나는 장면

해설(레지나): 옆 동네의 가브리엘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찾아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 예수님 계신 곳 가까이에 왔을 때에 마침 예수님을 찾아가고 있던 친구 요아킴을 만나게 됩니다.

요아킴: (반가운 친구를 만난 환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큰소리로 외친다) 어이, 가브리엘! 여긴 갑자기 웬일이야? (악수를 한다)
가브리엘: (역시 친구를 만난 환한 표정으로) 요아킴. 이 동네에 예수라는 사람이 왔다는데... 혹시 어딘지 알아?
요아킴: (더욱 반가운 모습으로) 야곱이네 집에 계셔. 나도 그리 가는 중인데, 같이 갈래?
가브리엘: (마침 찾았다는 표정으로) 그거 잘 됐네. 근데 그 분 만나 봤어? 어때?
요아킴: (당시를 회상하면서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몇 번 가서 들어 봤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성서 말씀 그대로야.
가브리엘: (놀랍다는 듯이) 그래? 성서 말씀이 진짜로 이루어지는 거 아냐? 야, 야, 빨리 가보자.

해설(레지나): 이 두 사람은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달려 갑니다.

2. 야곱이네 집.

해설(레지나): 야곱이네 집에 도착한 요아킴과 가브리엘은 집에 들어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군중들 틈에 있던 소경, 시몬을 불러내시어 예수님이 치유하시는 기적을 보게 됩니다. 그것을 본 가브리엘은 너무 놀라 흥분한 나머지 집밖으로 뛰쳐나오면서 밖에 있던 사람들을 붙잡고 소리칩니다. 그리고 요아킴도 뒤따라 나옵니다.

가브리엘: (매우 상기된 표정으로, 군중 한 사람(마리아)을 붙들고 큰 소리로) 와... 이봐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요? 마리아, 시몬 알지요? 그 어릴 때부터 장님이던 시몬이 눈을 떴어요.
마리아: (매우 놀라는 표정으로) 뭐라카노, 거짓말하지 마소. 누가 눈을 떠? 우째 그런 일이 일어 나는데?
가브리엘: (상기된 표정으로) 아, 진짜라니까. 내가 직접 봤다고. 시몬을 불러내시고 뭘 바라냐고 물으시대. 시몬이 눈뜨게 해달라니까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하면서 눈에 손을 대니까 시몬이 눈을 딱 뜨더라고. (그리고 요아킴을 바라본다)
마리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큰소리로) 아, 그래요? 그 사람 한번 봐야겠소. (말을 마치고 얼른 야곱이네 집으로 들어간다)
요아킴: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하늘을 보면서) 이건 정말 기적이야. 그 말씀의 힘이 시몬 눈을 뜨게 한거야.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가브리엘을 보면서) 야, 가브리엘, 그러면 혹시 이분이 예언서에 씌어진 그 메시아가 아닐까? 눈먼 사람을 보게 하시는 분 말이야.
가브리엘: (공감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 맞아, 정말 이건 하느님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잠시 있다가 무언가 생각해 낸 표정으로) 요아킴, 혹시 말이야, 몇 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진 이냐시오도 데리고 오면 혹시 고쳐주시지 않을까?
요아킴: (같은 생각에 놀랍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면서) 맞아. 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당장 가서 이야기를 해주자.
가브리엘: (당장 이냐시오를 찾아간다는 말에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근데 말야, 이냐시오 그 고집불통이 오려고 할까? 지난 번 병원 갈 때도 까다롭게 굴던데 (좀 불만이 배인 목소리로) 또라이야, 또라이.
요아킴: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설득하려는 자세로) 그랬지. 매번 도와주면서도 좋은 소리 못 들었어. 그렇지만 친한 친구잖아. 쓰러진 담부턴 성질이 더럽게 변했지만... 우리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우정의 끈은 놓지 말게.
가브리엘: (미소를 지으면서 대견하다는 듯이) 와, 요아킴, 오랜만에 말다운 말 한번 하네. CLC에 나가더니 뭔가 좀 다르네.
요아킴: 가자. (말을 마치고 가브리엘을 잡아끌며 이냐시오네 집으로 간다)

(조명 아웃되며 새 막으로 비춰준다.)

3. 이냐시오의 집.

해설(레지나): 이냐시오는 40대 중반의 중풍병자로 중풍을 앓기 전까지 그는 용감하고 씩씩한 군인이었습니다. 젊어서는 무협 소설을 즐겨 읽었고 귀부인께 봉사하려는 꿈을 가지고 살았고, 고집은 있었지만 천성적으로 밝게 살았습니다. 그 덕분에 친한 친구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 중풍을 맞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난 뒤부터는, 갑자기 우울하고, 신경질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한 때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일에 일일이 도움을 받아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아직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의지는 강해서 재기의 꿈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그를 걱정하는 친한 친구들이 점점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냐시오가 오늘도 침상에 하릴없이 누워서 처량하게 신세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이냐시오(젬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얼굴만 실룩거리며) 이놈의 파리는 왜 이리 왱왱거려? 귀찮아 죽겠구만. 에이~ (그러다가 갑자기 어두운 얼굴이 된다.)
이냐시오(젬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나는 언제 이 지긋지긋한 신세를 면할까, 내가 이렇게 되니까 찾아오는 놈들은 하나도 없네.

해설(레지나): 그때 문소리가 나면서 요아킴과 가브리엘이 나타납니다.

이냐시오(젬마): (퉁명스러운 말투로) 어 웬일이야? 코빼기도 안보이던 놈들이. 오늘은 해사 서쪽에서 뜨겠네. 돈 떨어졌어?
가브리엘: (얼굴을 찡그리며) 아무튼 사람하군, 오랜만에 찾아 온 친구에게 그게 무슨 소리야? 성질 나쁜 건 여전하구만. 우리 지금 야곱이네 집에서 오는 길이야.
요아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냐시오, 놀라지마. 그 시몬 있지? 게가 오늘 눈을 떴어. 예수라는 이름 들어봤어? 그 분이 시몬을 고쳐 주었어.
이냐시오(젬마): (심드렁한 말투로) 정말이야? 그 봉사는 참 좋겠다. 근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가브리엘: (아직도 마땅치 않다는 표정과 말투로) 어째 말하는 게 영 못 믿는 말투구만.
이냐시오(젬마): (정색을 하면서) 아니 믿어. 자네들이 어찌 거짓말을 해? (다시 빈정거리는 말투로) 나같이 꼼짝도 못하는 몸이 한심스러워서 그래.
요아킴: (진지한 표정으로)이냐시오, 잘 들어봐. 자네도 그 분 만나면 참 좋을 것 같아서…
이냐시오(젬마): (쓴 웃음을 지으며) 지금 날 놀리나? 이 몸가지고 어떻게 가나? 말도 안 되는 소리마. 그 사람이 일루 오면 몰라도.
가브리엘: (뚱한 표정으로) 우리가 함께 갈게. 괜한 똥고집 피우지 마.
요아킴: (설득하려는 표정으로) 그래,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한번만 무조건 믿어봐. 믿는데 돈이 들어? 힘이 들어?
가브리엘: (오래 참다가 갑자기 톤을 높이면서) 야, 친구니까 까놓고 말해 볼까? 니가 믿어서 손해볼 꺼 없쟎아? 밑져야 본전 아냐?
이냐시오(젬마): (이 말에 얼굴이 풀리며) 자네들 마음 알아. 그렇지만 내가 지은 죄가 너무 많아 안 될 거야. 이거 다 예전에 저지른 내 업보야.
가브리엘: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야, 그만해. 우리도 도와준다고 하잖아? (애원하는 말로) 이게 순전히 자네만 위한 게 아니라 나도 자네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래.
요아킴: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 맞아, 걱정 말아. 꼭 자네를 그 분께 데리고 가겠네.
가브리엘: (요아킴을 바라보면서) 요아킴, 아무래도 이냐시오를 데리고 가려면 우리 힘만으로론 안될 것 같아. 뭐 좋은 생각 있어?
요아킴: (기다렸다는 듯이) 아, 그럼 우리 루까와 크리스티나를 부를까? 이냐시오의 일이면 발 벗고 나설꺼야. 같은 CLC 회원들 아냐?
가브리엘: (밝은 표정으로)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이냐시오(젬마): (가브리엘과 요아킴의 대화를 들으며 마음이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이보게들,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마.

해설(레지나): 요아킴이 급하게 나가서 루까와 크리스티나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루까: (이냐시오를 웃으며 바라보면서) 야, 친구야, 오랜만이야. 별일 없었어? 야곱이 집에 대단한 분이 오셨다며? (이냐시오를 보고 윙크하며) 그런 분이라면 너도 고쳐주실 수 있을 거야.
크리스티나: (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그러나 엷은 웃음을 지으며) 이냐시오를 돕는 일이라서 좋긴 좋은데... 그런데 사실 내가 오늘 좀 바쁘거든.
루까: (웃으면서)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친구를 위한 일인데 이까짓 것쯤은 해 줄 수 있잖아? 시간 좀 내봐.
가브리엘: (맞장구를 치면서) 맞아, 해지기 전에 빨리 가자.
크리스티나: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그래, 가자. 하지만 거기는 사람들이 미어터질텐데... 어떻게 이냐시오를 데리고 들어가지?
루까: (실실 웃으면서 농담조로) 불이야 하고 소리 지르면 모두 도망가지 않을까? 그 틈에 우리가 잽싸게 들어가는 거야.
요아킴: (김빠진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건 농담이라도 좀 심한 것 같아. 우리 때문에 난장판이 될텐데.
가브리엘: (급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가서 상황을 보자구.
이냐시오(젬마): (감사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자네들이 정 그렇다면 나 어떻게든 데리고 가 주게. 나들이 옷도 입혀주고. 이왕 가는 거, 예를 갖추고 싶어.
요아킴, 가브리엘, 크리스티나. 루까 : (모두 놀라고, 기뻐하며, 큰 소리로) 바로 그거야.

4.야곱이네 집 밖

해설(레지나): 네 친구는 이냐시오를 들것에 들고서 야곱이네 집 밖에 도착합니다. 예상한대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매우 혼잡합니다. 사람들 중에는 일행을 힐끔거리며 보기 시작합니다.

군중1(마리아): (뒤를 돌아보며 짜증스런 목소리로) 아제요? 좀 밀지 마소. 내 창자 터질라칸다이.
군중2(율리안나): (점잖은 목소리로 대꾸하며) 누가 밀었다고 해요? 뒤에서 자꾸 밀잖아요.
군중1(마리아): (두 팔을 높이 들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이분만 오시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니 나 원 참.
군중2(율리안나): (이냐시오 일행을 바라보면서) 어라? 저 사람들 좀 봐, 새치기 하려고 하네.
군중1(마리아): (이냐시오 일행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어쩌자구 들것을 가지고 왔나? 들어가지도 못 할 텐데...

해설(레지나): 이냐시오를 실은 들 것을 집에 가까이에 와서 내려놓고 네 친구들이 모여든 군중을 보고나서 서로 이야기를 한다.

크리스티나: (많은 사람에 놀라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우리 차례까지 기다리려면 밤새도 안 되겠네.
루까: (맞장구치면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러게 말이야.
이냐시오(젬마): (많은 군중에 압도되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이보게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할까? 그만 돌아가지?
요아킴: (정색을 하며) 아니, 이곳까지 자네를 들쳐 메고 왔는데 돌아가다니. 그건 안 될 말이야. 정 가고 싶으면 자네 발로 걸어가.
루까: (주변을 휘 둘러 보고) 안에 들어가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겠어. 방법이 없을까? (뭔가 생각난 듯이) 가만 있자... 입구가 몇 군데지?
크리스티나: (생각하기가 귀찮다는 듯이)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덮쳐.    
가브리엘: (집을 잘 살펴본 후, 루까를 바라보면서) 앞문, 뒷문, 두 군데가 있는데 사람들이 오죽 많겠어?
루까: (가브리엘을 보면서) 문 말고 생각해 봐. 벽을 부수던가...
요아킴: (뭔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벽을 부숴? 맞아! 굳이 문으로만 들어갈 필요가 있어?
가브리엘: (어이가 없다는 듯이 요아킴을 바라보며) 하지만 어떻게? 벽을 부수면 나중에 야곱이에게 집값 물어 줄일 났어?
루까: (머쓱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없는 곳이 없구먼. 가만있자 집주위에 사람이 없는 데가 있을까?
가브리엘: (대단한 발견을 한 사람처럼 기뻐하며) 그렇지, 지붕, 지붕이야. 야, 다들 일루 와봐. (지붕을 가리키며) 여기 지붕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 글루 가서 나무판자만 떼어내면 가운데가 보일꺼야.
크리스티나: (얼른 이냐시오가 누운 들 것으로 가서 잡으며) 그럼 빨리 이냐시오를 옮기자. 모두 다 들 것을 들어. 빨리빨리.

해설(레지나): 친구 4명은 모두 약속을 한 듯이 일사분란하게 이냐시오를 들고 지붕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5. 예수님과 환자의 대화

해설(레지나): 지붕을 뚫은 네 친구가 침상 위의 이냐시오를 집안으로 내려놓고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무언가를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때 천장에서 흙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어깨에 흙먼지가 떨어지자 사람들이 위를 쳐다보기 시작하고 예수님도 사람들의 시선이 위로 향하는 것을 보시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위를 보십니다. 파란 하늘이 열리며 느닷없이 큰 침상이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예수님은 잠시, 눈을 감으십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주시는 모든 것을 생각해 보십니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이분은 당신께는 너무나 큰 선물입니다. 그렇지만 군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군중1(마리아): (예수님을 바라보다가, 위로 시선을 돌리며) 이게 뭐꼬. 와 이리 시원하노? 그라고 웬 흙이고? 어 뭐가 자꾸 내려오노!
군중2(율리안나): (코 앞에 손을 휘저으며) 아니 이게 뭐야?  저 자들이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해설(레지나): 이냐시오는 느닷없이 지붕을 뚫고서 예수님 앞에 있게 되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천천히 침상이 내려지기까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다가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부르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특히 그를 아는 회당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예수님께 침상위의 이냐시오를 내려놓으며 동시에 소리칩니다.

요아킴, 가브리엘, 크리스티나. 루까 : (큰 소리로 함께) 저희 친구를 고쳐주세요.

군중1(마리아): (천장에서 내려진 이냐시오를 바라보면서) 아니, 저 사람 이냐시오 아닌가? 몸도 불편한데 어떻게 이곳을 왔을까?
군중2(율리안나): (천장을 쳐다보면서) 저길 봐. 루까도 보이고... 저 사람들 천장위에서 뭐를 한거야?
율법학자(데레사): (이냐시오를 보고 있다가 옆의 바리사이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찌푸리며) 저 사람은 정결 예식도 안했는데, 어찌 여기 올 수 있단 말이가?
바리사이(이레나): (마찬가지로 얼굴을 찌푸리며) 그러게 말일세, 어서 그만 일어나야겠어. 혹시라도 몸에 닿으면 안식일 예배에 들어갈 수 없지 않나?
율법학자(데레사):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바리사이의 옷깃을 잡으며) 이봐, 그러지 말고 잠시 지켜보세. 예수 저자가 무슨 짓을 하는 지 한번 보세. 아마 틀림없이 껀수 잡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네.

해설(레지나):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예수님은 이냐시오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이냐시오도 예수님의 눈을 바라봅니다. 이냐시오는 이전에 그렇게 맑은 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눈만 보아도 몸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무슨 말을 할까 망설이던 마음은 사라지고 무언가 가슴에서 시원하게 열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인사말이 나옵니다.

이냐시오(젬마): (밝은 목소리로) 예수님, 당신을 만나서 기쁩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예수님(안나): (인사말에 대꾸하시지 않고 느닷없이,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당신은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해설(레지나): 예수님 바로 앞 가까이에 앉아서 무슨 일이 생기나 주의 깊게 바라보던 바리사이파 사람과 율법학자가 흠칫 놀랍니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수군거립니다.

바리사이(이레나): (놀라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율법학자(데레사):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러게 말이야, 하느님 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바리사이(이레나):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럼 지가 하느님이란 말인가?
율법학자(데레사): (정색을 하면서) 말도 안돼. 그 말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 할 소리야.

예수님(안나): (다소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당신들은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십니까? 이 분의 간절한 마음을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 형제가 당신들이 지킬 수 있는 율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군중들: 웅성거림
예수님(안나): (조용히 타일러 묻듯이) 이런 분에게 율법의 잣대로 죄인 취급을 하다니 당신들은 어찌하여 그렇게 매정하십니까?

해설(레지나): 순간 바리사이파 사람과 율법학자는 할말을 잃고서 표정이 굳어 버립니다.

예수님(안나): (군중을  보며, 큰 소리로) 제가 이 형제에게, “당신의 죄를 용서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걸어가시오.” 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쉽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다)
예수님(안나): (침묵을 깨고 )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 주겠습니다.
예수님(안나): (이냐시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어서 일어나서 당신 침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해설(레지나): 그러자 이냐시오는 벌떡 일어나서 요를 걷어들고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갑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놀라면서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좋아합니다.

요아킴, 가브리엘, 크리스티나. 루까 : (큰 소리로 함께) 우와, 이냐시오가 일어났다. 일어났어.
군중들: (넋을 일고서) 이럴 수가, 오,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모든 배역이 이냐시오와 예수님만 제외하고 모두 무대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6. 이냐시오의 집
해설(레지나): 이냐시오는 성해진 몸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팔 다리 이곳저곳을 만져 보면서 기뻐합니다.

이냐시오(젬마): (울먹이면서) 나를 다시 살린 것은 내 친구들의 믿음 덕이다.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냐시오(젬마): (친구들의 이름을 부른다) 가브리엘, 루까, 요아킴, 크리스티나. 자네들은 하느님께서 나한테 주신 친구들이야. 하느님 감사합니다.

“함께 가자 이 길을” 합창하면서 마무리한다.
빽뮤직으로 You Raise me up 이 흐르며 마무리를 한다.
출연했던 등장인물 모두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