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순례의 길에 오르다 (1522년 3월)

17. 그리고 늘 하듯이 하느님 사랑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곰곰히 머리 속에 그리면서 몬세라트로 갔다. 그의 머리 속에는 <아마디스 데 골전 (傳)> 이나 그와 비슷한 책에서 본 장면들이 가득했으므로 눈앞에 떠오르는 것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들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벗고 그리스도의 갑옷을 갈아입기로 결심했던 몬세라트의 성모 제단 앞에서 앉거나 눕지 않고, 무릎을 꿇거나 서서 온 밤을 깨어 지키키로 했다. 그런 후  그곳을 떠나 늘 품고 있던 대로 자기의 뜻을 생각하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몬세라트에 당도하자 기도를 올리고 나서 고해신부를 찾아다녔다. 죄상을 적는 데 사흘이나 소비한 뒤 그는 총고백을 했다. 그는 고해신부에게 자기 나귀를 드리고, 또한 자기의 장검과 단검을 성당 안의 성모 제단에 간수해 주기를 당부하였다. 그 고해신부에게 그는 최초로 자기의 결심을 토로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느 고해신부에게도 그런 언질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주석 1.
아마디스 데 골 (Amadis de Gaul) : 16세기 스페인에서 널린 읽힌 무협소설의 주인공인데, 전설적인 기사요 기사도의 이상형이었다. 이냐시오의 세속적인 이상형이었는지도 모른다. 참조 John Wickham, "The Worldly Ideal of Inigo Loyola,"  Thought, vol.29, No. 113 (1954 여름호), pp.209-36.

주석 2.
그 고해신부는 프랑스의 장 샤농 (Jean Chanon) 신부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냐시오에게 <영성생활 수련> - Ejercitatorio de la vida espiritual - 이라는 책자를 소개하였다. 이 책자는 몬세라트의 수도자 데 시스네로스(Garcia Ximens de Cisneros)가 편찬한 것으로 신심중용주의(devotio moderna)의 사조를 담고 있었다. 참조: Letuia, Op. Cit., pp148 ff. ; Evennett, Op. Cit., pp.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