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수요일 저녁 6시30분경에 용수산 식당에서 워싱턴 8박9일 피정을 마치시고 5일 저녁 아틀란타에 도착하신 유시찬 신부님께서 저희 CLC회원들과 저녁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에는 서석칠 신부님과 류충렬 수사님이 함께 해주셨고 CLC회원 15명이 참석하여 식사와 만남의 자리를 나누며 그동안 이냐시언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감사한 마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2007년 즈음에 8박9일 피정을 주최하는 문제가 논의되었고 서약과 갱신을 앞둔 회원들을 위한 CLC소명에 대한 간단한 언급과 회원들의 질문에 영신수련에 관련된 사항들을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럼 다음은 짧막하게나마 나누었던 내용들을 참석하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요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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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을 하려고 왔는데 갱신자들과 CLC 서약에 관한 얘기로 운을 뜨자니 무겁게 느껴지는군요.^^

먼저 서약을 하시는 분들이 피정을 하면서 많은 고충과 갈등을 가지고 계신가 본데 그것은 CLC의 특성과 소명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는면이 드러나는 것이라 볼수 있습니다. CLC 즉, Christian Life Community 라는 것은 그리도인의 삶이 고스란히 공동체에 스며들어 살아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단지 신심단체나 기도나눔의 모임식으로 남아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CLC는 공동체의 기도가 무척 중요하고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곳에서만 머문다면 초보자, 초기공동체의 모습밖에는 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국CLC의 EA 자리를 맡고있기 때문에 조금은 CLC회원들의 동정과 움직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수학하던 시절 CLC회원들을 만났고 그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감명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단지 기도모임이나 신심단체로 존재하고 계시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사제나 수녀, 수사들과 같은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할수 없는 부분과 들어갈수 없는 곳을 평신도의 입장이라는 측면으로 파고들어 사회곳곳, 필요한 곳에 손길을 뻗치며 활동해 내고 있습니다. 그 역량이라는 것은 대단하다고 볼수 있답니다.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온전히 투신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입니다. 즉 신심단체를 넘어서 사도적 지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현재는 공동체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지향해야하는 목표가 그런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임하시면 서약을 한다는 것이 그저 기도모임이나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기위한 신심단체 활동을 확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듯 CLC회원들, 즉 이냐시오 영성을 사는 사람들은 소명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소명을 하느님 앞에 약속드리는 일이니 좀 더 신중하고 성실하게 따라가셔야 겠지요.  

CLC회원들간에도 서로 영적순번이 있는듯 착각하고 이질감을 느끼는 회원이 있으신가 본데 그런 마음은 절대 가지지 마시길 권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모두 같은 수준입니다. 특히 지금 시작하는 초기 CLC공동체 안에는 먼저 했다는 이유만 있을뿐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면 모두가 같은 수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먼저 길 떠난 이는 겸손하게, 늦게 시작한 이는 성실하게 따라가시면 공동체의 힘과 역량이 건강하게 커 나가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누구나 같은 라인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피정을 할때 망치는 주된 원인이 뭔지 아세요? 그것은 잘 해야겠다는 열정과 열망입니다. 그 열망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순번이 바꿔지면 안되겠지요. 하느님 앞에 있는그대로 나자신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일 내가 뒤쳐졌다는 느낌이 올라온다면 그 즉시 버리도록 하세요. 기가 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위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하느님 앞에 모두 평등하고 같은 존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CLC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냐시언으로 멋들어지게 살겠다는 열정이 지나치면  제대로 커가겠다는 선한 과정에 걸림돌이 됩니다. 인간적인 욕심을 조심하셔야 겠지요. 중요한것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입니다. 저는 그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부족하지만 따라가겠다는 마음, 공동체의 힘과 역량을 믿고 나를 투신하는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동체 회원 한사람 한사람이 뿜어내는 분위기와 형제애 그리고 어울러지는 한 마음이, 힘든 이 소명의 길을 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한다는 마음. 그것을 염두해 두시고 서로가 마음을 모아보세요.

길잡이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저도 처음 공동체에 들어오시는 분께 길잡이는 필요하고 도움이 될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가르치려는 자세나 태도는 필히 조심하셔야 할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진리를 들으며 나가는 누구나 깨어있으려 노력하는 같은 선상의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갱신자들의 질문중에 로마서 7장 7절, 마음의 법과 육체의 법에 관한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여쭈어 보신 분이 계신데... 제가 드릴수 있는 길잡이는 대략 이렇습니다. 여러분 19번 대피정을 해보셨지요? 그안에 '두개의 깃발'이 나올겁니다. 그런 식의 양면적이고 대립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특히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고 현실적이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기질, 성향, 부딪히는 장면들, 세상논리에 대응하는 나의 모습들, 신앙인의 논리에서 본 나, 내안에 상반된 움직임들을 가지고 보는 겁니다.  가정, 친구, 사회, 교회,  CLC 등 내주변까지도 살펴보면서  대립된 모습들을 통해 이해를 넓혀 나가고 깊게 접근 해나가보세요. 그안에 반드시 단면별 상반된 움직임인 성령과 유혹을 만나 근접해 나가게 될것입니다. 그안에서 차분히 성찰해 보도록 하세요.

CLC안의 정관과 통칙에 관한 질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공동체를 운영하며 핵심적인 요소와 정신이 담겨있는 정관과 통칙은 무엇보다 CLC를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정관과 통칙을 좀더 깊게 들여다 보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설명을 듣고, 적당한 양으로 축소시켜서 소화할수 있도록 기도하고 의견도 나누고 토로하며 그 안에 있는 정신에 대해 공부하고 느낌을 갖고 나누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현실과도 결부시켜 CLC의 정신이, 소명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도록 배양해 나가는 것입니다. 깊이있는 나눔이 전개되고 무르익어 정관과 통칙이 우리에게 뼈깊게 와닿을때 종합적으로 흝어주는 작업을 해주면 좋을듯 합니다.

CLC 매일의 기도시간은 원칙적으로 기도준비 15분, 본기도 1시간, 기도성찰 15분 가량으로 전체적으로 1시간 30분이 되지요. 몸에 기도 분위기가 제대로 잡히기 위한 시간이 그렇습니다. 틀 과 형식을 제대로 지켜준다는 것은 기실 사람을 움직여 줍니다. 그렇게만 꾸준히 한다면 더 이상 좋을것이 없을것이고 영적으로 깊은 성장을 하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참 힘들고, 수도자들조차 시간에 쫒기는 삶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LC회원들이 적어도 50분의 본기도는 매일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분정도 기도전에 준비하고 기도후 10분에서 15분 성찰하여 마무리하면 어떨까하고 제안해 봅니다. 아까 염의장님 말씀처럼 마음이 열리면 기도시간이 제대로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많다고 하셨죠. 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리듬을 수용하면서 꾸준히 나가면 어느순간 기도시간도 안정권에 들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성찰을 꾸준히 하면 표현력까지 향상된다는 것 여러분 다 알고 계시겠지요?! 이렇듯 영신수련이 우리를 성장 시켜주는데 갱신에 흔들림을 가지시면 안되는겁니다. ^^  

보통 의식성찰은 감사, 조명, 성찰, 참회, 결심. 이렇게 5단계로 나뉘는데 점심식사 전후로 한번,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한번,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을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의식성찰이 훈련되면 매순간, 일상의 삶에서 사건이 있을때마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행해져야 합니다.

의식성찰에서는 두개의 상반된 움직임,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극단적인 움직임들, 세상을 움직이는 두 근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대항법을 살피고 구조들을 깊게 이해하는 작업입니다. 내안의 상반된, 대립된 것들을 바라보고 인지해 나가보도록 하세요..

이상,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된것 같습니다. 내일 강의를 통해 더 깊게 이해 되고 오늘 나누지 못한 부분들이 다루어져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마칠까요?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