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제 5차 영신수련에 피정자로 참가하셨던 김안나 자매님의 피정후 소감입니다. 함께 나누면 기쁨과 감격이 몇배가 되리라 생각하며 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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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의 미국생활은 13년 전 남편의 유학생활로 시작되었습니다. 미시건의 조그만 도시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찾았던 것이 한인 성당이었고, 70여명이 모이는 공동체에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들었을 때 갓난아이던 딸을 들쳐 업고 그 장소로 갔던 것이 제 안에 있던 “주님에 대해 알고싶음”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느님을 찾으려는 기운들이 저를 움직였지만 그런 노력들은 제 머리를 채웠을지 몰라도 마음을 채우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냐시오 영성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그분의 영성은 제게 김성호 신부님의 컬럼으로 다가 왔습니다. 1997년부터 평화신문에 연재하셨던 ‘사막의 성서공부2부’ 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쯤 가깝게 지내던 교우에게서 김 신부님의 강의 테잎을 구해 듣게 되었고, 그러면서 사는 것에 쫓겨 덮어두었던 신부님의 글을 다시 펼쳐 들게 되었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참 좋다”라는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신부님의 글들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제 마음에 와서 꽂히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제 안에 들어와 살아 움직이던 그 말들은 저를 이끌어, 숨겨져 있던 참 나를 만나게 하였고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시작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정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않아 이냐시오 영성 생활에 관한 책들을 구해 읽게 되었었고 그러면서 혼자 시작하였던 묵상, 그것이 잘못된 방향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영적지도에 대한 목마름 그리고 지속적이지 못한 묵상 생활들에 관한 해답을 얻고자 피정을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피정기간동안 참 치열하게 기도했었습니다. 제 평생에 무엇을 이렇게 치열하게 해 본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만큼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 만남 속에서 상처 받은 어린 제가 우는 모습도 보았고 그 아픔을 쓰다듬어 주시는 예수님도 느꼈습니다.
현실에 휘청거리며 두려워하는 제 곁을 하느님께서 지켜 보아주셨으며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라는 든든한 하느님 빽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제 성격의 어두운 면들을 만드는 커튼들을 열어 젖힐 수 있는 용기도 조금 얻었고 밝은 면들을 들추어낼 수 있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항상 제 기도의 갈등을 일으키던 기도지향에 관한 답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인류의 사랑을 독차지 하시는 예수님 그 분만의 사랑의 비법을 한 수 배웠다는 것입니다. 제가 배운 그것은 겸손, 이해, 배려와 인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인간 예수는 천재였다는 것.

이제 제 과거를 사랑의 마음으로 만든 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제 삶의 여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주변인들과 이 좋은 주님을 알리고 나누고 싶다는, 열망을 다독거리며 손잡고 가렵니다. 주님께서 제 다른 손은 잡고 계시겠지요. “내가 가르쳐준 사랑의 비법을 써먹어라” 라고 속삭이시면서.

02. 24.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