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일을 ‘세계 피조물 보호의 날’(World Day of Prayer for the Care of Creation)로 지정했다고 교황청이 10일 발표했다. 교황은 이 기도의 날에 각 개인과 공동체가 피조물을 보호하는 데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청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저지른 죄들”에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6월 18일 환경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고 “생태적 회심”을 촉구한 바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날을 지정한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정교회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교회는 1989년에 이와 비슷한 기도의 날을 정한 바 있다. 또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좌를 대표한 페르가몬의 존 대주교는 교황이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할 때 참석했는데,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9월 1일에 기도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을 보호하는 데 특별한 기여를 하고자 원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먼저 이 지상의 현실에 접근하는 영적 기초를 재발견해야 하며, 이는 “정신 생활은 육체나 자연과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태 위기는 “깊은 영적 회심”을 하라는 부르심이며 자신이 신앙인임을 분명히 보여 주는 생활양식을 취하라는 촉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인용하며, “하느님이 손수 만드신 것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은 덕성 생활에 긴요하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 생활의 한 선택지나 2차적 측면이 아니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교황청 일치평의회의 코흐 추기경에게는 이날을 개신교와도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세계교회협의회(WCC) 등과 협의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교황은 정의평화평의회의 턱슨 추기경에게는 각 나라 가톨릭주교회의와 환경조직들과 함께 이날을 어떻게 지낼 것인지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을 위한 서한

존경하는 형제님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님과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님,

저는 존경하는 동방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님과 피조물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회칙 「찬미받으소서」 7-9항 참조),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저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소개할 때 참여하셨던 그 대리인 페르가몬 관구장 요한 대주교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형제님들께 정교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거행해 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가톨릭 교회에서도 9월 1일로 제정하고 올해부터 이날을 거행하기로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일 먼저 우리의 풍부한 영적 유산에서 피조물의 보호에 대하여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영성은 인간의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 현실에서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찬미받으소서」, 216항)이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위기는 우리의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생태적 회개입니다. 이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이처럼,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의 삶에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해마다 거행될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신자 개인과 공동체에 피조물의 보호자로 부름 받은 이 소명에 직접 새롭게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줍니다. 이날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호를 맡기신 당신의 놀라운 위업에 감사드리며, 피조물 보호를 위하여 주님의 도우심을 요청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저지른 죄악에 대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할 것입니다. 정교회와 같은 날에 지내는 이 기도의 날은 우리가 정교회 형제들과 점점 일치되어 감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동일한 주요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공동의 응답을 하여야 합니다. 그러할 때에 더욱 믿음직스럽고 효과적인 응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기도의 날이 어떻게 해서든 다른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을 포함할 수 있게 되고 이 문제에 대하여 세계교회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과 함께 공동으로 거행되기를 바랍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이신 턱슨 추기경님, 추기경님께서 각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환경 문제 관련 국제기구나 국가 단체들에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에 관하여 알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역적 필요와 상황에 맞추어, 이날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하느님의 온 백성이 마땅히 참여하여 이 기도의 날을 거행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정의평화평의회는 주교회의들과 협력하여 이날의 뜻을 밝혀 주고 추진하는 적절한 계획들을 세우는 임무를 맡아서, 해마다 이 기도의 날이 기도, 묵상, 회개와 알맞은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는 강력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이신 코흐 추기경님, 추기경님께서는 정교회 총대주교구와 다른 교회 일치 운동 단체들과 필요한 접촉을 하시어, 이 기도의 날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가 함께 걸어 나가는 그 길의 깃발이 될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세계교회협의회가 세우는 비슷한 계획들과 협력 조정을 모색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의 임무가 될 것입니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 가장 훌륭하게 출발하여 발전해 나가도록 최대한 폭넓은 협력을 기대하며, 저는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전구를 간청합니다. 성인이 노래한 피조물의 찬가는 선의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주를 찬양하고 피조물을 존중하며 살아가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의 다짐과 함께, 저는 온 마음을 다하여 저의 사랑하는 추기경님들과 여러분의 직무를 돕는 모든 분께 사도로서 저의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5년 8월 6일
주님 변모 축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