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2015
찬미 예수!
4박 5일 침묵피정을 끝내고
그대로 있기가 뭐해 몇 자 적어본다.
나중에 더 나이 먹어 이번 피정을 회상하고 싶을 때가 있을텐데 그때 녹슬고  희미해진 기억력에 의지하는 것 보다는  부족하지만 남아 있는 기록에 의지하는 게 훨씬 나을테니깐.
정확히 10년만에 들어가는 침묵피정이다.아내의 성화때문에 마지 못해 들어갔던 2005년 피정.벼랑끝에(?)서 있는 나에게 아마도 아내는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라는 심정이었겠지.그래서 그런지 그때 4박5일 동안 사연도 많았었다.하지만 돌이켜 보니 은혜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색다른 감회가 많다.
8/2 일요일 오후 아내 로사가 날 drop off를 해주고 뒤돌아 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나서 웬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왔다.마치 요양원에 버려진 노인네처럼---.CHECK IN하고 배정받은 방 침대위에  큰 대자로 누웠다.주위가 조용하다.천장이 바로 코 앞으로 내려온다.갑자기 Death Bed위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내가 들어온다.무섭고 두렵다.가족들이 보고 싶다.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온다.아직은 아닌데 아닌데 외치면서 후닥닥 발차고 일어났다.마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의 침묵 피정은 웬지 모르게 어둡게시작됐다.

Day 1.
아침에 일찍 일어나 backyard garden bench에 앉아 있었는데 고요함 속에서 매우 평안함을 느낀다.
10년전 그때는 2월이었기에 춥고 나무도 옷을 벗어 황량함 그 자체였다.지금은 짙은 녹음밑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름모를 새와 새소리, 작은 pond에서 나오는 물소리는 마치 서로 재잘재잘 거리는어린 여자 아이들 말소리처럼 들린다.여치소리,작은 풀 벌레소리,그런 와중에 교태로움을 뽐내고 있는 빨간 장미,그 위에서 빙빙도고 있는 벌과 그리고 자기 몸집보다 열 배나 될 것 같은 우람한 쌍날개를 가진 나비.땅바닥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개미.모든 것이 질서 정연함 가운데에서 자기들의 현존을 뽐내고 있다.먹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인간이 도와 주는 것도 없는데 참 신기하다---.창조주의 신비와 위대함이 느껴진다.나를 위해 아침에 Welcoming Party를 마련해 주신 모양이다.그냥 Thank you 가 자동적으로 나온다. Be still and know that I am이 뭔 말인지 제대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온다.정말 Beauuuutiful Morning이다.살아 있다는 자체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새로운 날이 주었졌다는 것도 감사하고.점점 햇 빛이 눈부시게 다가온다.그래 지금 이 순간,또 오늘을 마음껏 Enjoy하자.

Day 2.
건물안 Waiting Room벽에 걸려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I believe in Christ like I believe in the Sun .Not because I can see the Sun but by it I can see everything else. 한참동안 머물러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창세기에 있는 Where are you ? What are you doing?
누군가가 이렇게 부르고 물어 보면 웬지 짜증이 난다.날 감시하는 것 같고 내가 못 마땅해서 날 attack 하는 것 같고---.여러가지 분심이 들어온다.묵상이 잘 않된다.그러다가 내 아내가 애들을 부르고 찾는 모습이 들어온다.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지난 번 배 아프다했는데 낫냐?주말에 집에 올거냐? 등등등 ---.아내는 애들한테 헌신적인 사람이다.통화가 않 되면 text message라도 보낸다.늘 노심초사하는 맘.이게 하느님의 마음인게로구나.피조물인 엄마를 통해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도우주시니 벽에 걸린 글귀가 다시 마음에 들어온다.그 빛으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간다.히느님께 영광!
 
Day 3.
I have loved you with an everlasting love .
 하느님이 그대를 사랑하십니까?하고 누가 물으면 나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글쎄요?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하면서 머뭇거린다.난 사랑이라는 두글자에 익숙치가 않다 매우 어색하다 지금도 그렇다.그저 간지럽게만 느껴진다.더우기 내가 날 사랑한다는 건 상상도 못해 봤다.뭘 잘난게 있어야지,또 뭘 잘 한게 있어야지?사랑하든지 말든지 하지? 난 늘 이런 식이었다.그만큼 내 안에는 내가 스스로 심어 놓은 가시 그리고 어디선가 날라와서 박힌 가시가 너무 많아 내 자신을 사랑하는 큰 걸림돌이 되 왔다.그저 마음 속 창고안에 쌓여 있는 것은 불평 불만 열등감 미움 시기 좌절 위선 아집 교만 지배욕망의 충만함 등등.그리고 무엇 보다도 내 안에 내가 너무 컸다 감히 누가 들어 올 수가 없었지.허니 감사하는 마음,평화 찬미 등등 이런 고급스런 단어들은 나와 친숙치가 않았다.항상 부족한 2 % 때문에 거기에만 붙잡혀 살아온 나를 본다. 강의 때 들었던 “우리는 상처받은 피해자 그리고  동시에 가해자로 살아간다”는 말.뇌리에 콱 박힌다.묵상 때 여기에서 한참 머물렀다.바로 날 두고 하는 말이네---. 그래 그게 바로 나야 나일쎄!이유도 모르면서 맞았던 화살과  그 고통들, 그리고 무의식속에서 죄의식없이 함부로 날렸던 Joke나 정제되지 않고 내 뱉은 말들.그로인해 많이들 다쳤지.  고요함속에서 웬지 모를 후회,탄식,반성 용서가 올라온다.그리고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인다.
10년전 피정 때는 하느님과 따지고 원망만  했지.그리고 이렇게 외쳤지? 도대체 당신이 나한테 해 준 게 뭐 있어? 그랬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런 나를  그래도 하느님은  내 인생 큰 구비구비마다 항상 옆에서 지켜보시고  도와 주셨다는 확신이 들어온다. 그때만해도 늘 하느님을 trouble shooter로 여겨온 내가 잘못이지.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인지 분간을 못하고 살아오면서.한마디로 주제파악이 않된게지. 하느님하고 입장 바궈 생각해 보니  하느님 마음이 가감없이 들어온다.지금도 지켜보고 있는 당신.내가 당신한테 뭐길래 이리도 잘 해 주십니까? 그리고 그땐 정말 죄송했습니다요.

Day 4.
Sleeping God
 
폭풍우가 몰아치는 호수 가운데에서 사투를 벌이는 제자들 모습은 나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 그 다급함과 공포심은 쉽게 공감이 된다.살기위해 아둥바둥되는 제자들에게 던지는 예수님의 말은 다소 으외다 냉소적으로까지 들린다.왜 겁을 내느냐?그렇게도 믿음이 없느냐?---.
은근히 내 마음속에 화가 올라온다.아니 나를 어떻게 보는거에요?,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진 해 뵈야죠---.
바다는 늘 날씨 파도가 불완전하다.아침에는 날씨가 좋아도 오후되면 바람이 불고 비가 몰아치곤한다.바다 한가운데 있으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를 맞아 보면 그것도 쪼끄만 Pontoon Boat위에서는 정말 죽음 그자체이다.아마도 이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너희가 오늘 살아가고 있는이 세상은  모든 것이 불완전 내지 불안전 그리고 TOTALLY UNCERTAIN 세계이다.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바뀐다.심지어 네마음도 자고나면  바뀌지 않냐? 그러니깐 그 인간이  어째 나한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흥분하거나 한탄하지 말라. 원래 인간은 그렇다.그리고 이 세상사는  한 치 앞을 모른다.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 정말 모른다.내일이라는 단어는 창조주인 내 것이지 피조물인 네 것이 아니다.허니  네가 아무리 잘 할려고 애쓰고 발버등을 쳐 봐도 네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너는 결코 피조물의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는 존재이다.그러니 네가 피조물임을 명심하고 절대자인 나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라 라고.이게 정말로 정말로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나의 신신 부탁이다!
 

Day 5.
이제 소풍은 끝나고 산을 내려가야할 시간이 됐다.그리고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등에 짊어 져야할 삶의 무게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슬슬 걱정이 마음 속에 파고 들어 온다.가능한 짐을 줄여야겠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그래도 누가 동행해줄 벗이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하느님을 믿는게 참 기쁘다.그리고 이 순간에도 없는듯 하면서도 CARE해 주시는 하느님에게 다시 한 번Thank you GOD!!!
끝으로 이번 피정을 짜임새 있게 준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박병관 신부님께 그리고 CLC 의장님과  Guide를 맡아주신 봉사자,또 뒤에서 애써주신 CLC 봉사자들분께 감사를 드립니다.(끝)
이종길 어거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