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jpg : 2015년 유기서약(첫서약)-이종길 아오구스팅  까르도넬 공동체150.jpg : 2015년 유기서약(첫서약)-이종길 아오구스팅  까르도넬 공동체


유기서약 소감
이종길 어거스틴형제님(까르도넬 공동체)
6/15/2015


찬미예수!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들어갔던 침묵피정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는 지혜를 얻도록 배려해 주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옆에서 볼멘 목소리로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 남편의 푸념에 지쳤는지 여하튼 나를 CLC 침묵피정에 쳐 넣었다.일종의 격리 수용?(ㅋㅋ)뭐 좀 깨닫고 와 ? 이렇게 등 뒤에서 외치는 것 같았다.

시작이 그래서 그런지 입소 첫 날 부터 순탄치 않았다.배정 받은 방이 lock이 돼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어 도와달라고 두들기고 소리쳐도 전혀 무반응.

침묵을 강조하는 피정이라 그런지남에게는 전혀 관심을보이지 말라는 수뇌부(?)의 지침때문인지----.어쨋든 한참 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고 나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으로 구원(?)받았다몇 시간 감금돼 있으면서 이 피정에 들어온게 후회가 돼 별의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그냥 나가 버릴까? 낸 돈은 돌려 주는가?거 봐 나는 요지음 돼는게 없어--- 등등 ---.그리고 묵상하라고 주어진 첫 번째 성서 구절은 이사야서의 두려워 하지 말라였다. 병주고 약주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머리를 스쳐갔다.


지금도 왜 방문이 잠기게 됐는지 이해가 않 된다. 일말의 happening이 가라 앉은 후 하느님과의 일대일 면담은흥분되고 분위기가 고조된 핑크빛 무드에서가 아니라 짜증나고 기진맥진한 분위기 속에서시작이 됐고 칠흙같은 어둠과 바깥에 찬 바람 소리는 침묵을 더 무겁게 가라 앉혔다.

하늘 나라 최고의 Chief Executive Office와의내 생애 최초의 단독 인터뷰는 주로 내 질문으로 시작이 됐다.

귀하는어찌하여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저를 이다지도 힘들게 만드십니까?
나 보다도 더 큰 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한데Mr. X는 어찌 저렇게 승승장구합니까?
내 질문의 요지는 달리 말하면 Why Me?였다.


그리고 청문회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 분은 내내 말이 없었다. 지금으로 부터 딱 10년전 일이다. 그러고 나서 카르도넬 공동 모임에 초대가 됐고 익숙치 않 던 복음 읽기및 나누기를 통해서 창조주의 메세지도전달 받고 때로는공동체 형제들의 신음소리에 위안도 많이 받았다.
10년 동안 같이모임하면서 그만 두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기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형제들의 배려와 기도덕분이라 생각한다.


내키진 않았지만 19번 피정을 하게 됐다 작년 초 일이다.
계속 않하고 버티는 것도 눈치가 보였지만 사실은 서약을 한 다는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더우기 누구랑 하는 약속인가?하느님과하는 약속인데---.독신,청빈,그리고 순명이란 단어가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평신도가 이렇게 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다 가 에라 모르겠다 한 번 해 보고 보자.이렇게 시작을 했다.
하다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됐다.남 들이 할땐 그렇고 그런 줄 알았는데 직접 해 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끝낸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지금보니 19번 피정은 군대로 치면 Training camp이다 .
이 훈련소에서 많은 것이 이루어진다.


영성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기 위해 흘리는 피땀.진정한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는 법이 없다라고 한 야구 선수 이승엽의 말이 떠 올랐다.
하느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만 일 년에 8주 서약 준비 기간이 있었으니 짧은 기간은 결코 아닌 것 같다.
힘들었던 부분은 기도가 어땐때는 잘 돼는 것 같다가 또 어떤 때는 여러가지 잡념과 걱정 거리,웬지 미래의 불투명성및 이유 모를 불안감때문에 짜증이 나 기도도 않 되고 분심이 계속 올라와 하기도 싫어 그만 두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았다.
악마의 꼬임인 생각도 많이 들었다.우리 일상은 항상 근심과 걱정이 80%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이게 해결 되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 나오고 또 해결이 되는 거 같으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오고.늘 이런 식인 것 같다.그러다 보니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온을 유지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우스개 소리로쥐가 고양이 때문에 공포에 떨면서 스트레스를 하도 받고 살아 하느님께 기도를 했단다.
고양이로 태어나게 해주소서.그래서 기도의 약발이 먹혀 고양이가 됐다.
그런데 고양이가 된 후에는 개때문에 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게 됐고 ,또 다시 하는님께 기도를 했다.
그래서 개가 돼 달라고 그리고 소원이 이루어 졌지만 늑대때문에---.
또다시 늑대가 되기를 기도했고 이루어 졌지만 이번엔 호랑이 때문에 ----.
또 호랑이가 됐지만 ---.
호랑이 잡는 포수한테 언제 총 맞을까 봐 매 순간 바람 소리 풀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다시 쥐가 돼 달라는얘기가 있다.

그만큼 우리 생활이 펺치 않다는 얘기다.


아침에 기분이 좋았드라도 오후가 돼면 괜히 기분이 우울해 지고 ,옆 사람 칭찬때문에 기분이 좋았는데 불쑥 던진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고,바라던 일 이 풀려 매우 좋아 하늘로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다음 날 가 보니 그저 그렇고.그러다 보니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 먹고 살기가 어렵다.

외부에서 주는 즐거움과 위로는 한계가 있고 순간적임을 인정한다. 


19번 피정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았다고 하면 교만일까?
중용을 지키면서 평정심을 찾아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의지하고 내 자신을비우고 그런 가운데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도 헤아려 보고 ,또 당신이 이끌어 주시는 신비가 무었인지를 캐 가는영신 수련 과정은 어떠한 처지에서도 감사하고 기쁘게 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 머리 속에,또 마음 속에 깊히남아있고 간직하고 싶은 Key word는 “역지사지”이다.입장 바꾸어 생각해 봐이다.


내입장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나아가 창조주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서로의 일치를,공동체의 일치를 더 나아가 하느님 뜻과 일치를 이루는 바른 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 마리아님이 우리의 Role Model이다.성모님은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일들이 understanding이 않 됐지만 accept를 했다.그리고 일생동안마음 속에 간직하고 사시면서 곱씹었다.


그리고 나 역시 10년 전 나한테 일어 났던 일들이 다시 생각난다.

침묵피정에 가도록 나를 밀어 붙였던 아내의 성화는 천사의 소리없는 아우성이었고,방에 갇히게 됐던 happening은나를 주님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게 하는 뜻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이제는 그 분의 응답이 늘 있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끝으로 기도속에서 저를 19번 피정으로 인도했던 카르도넬 영영일 회장님과 일 년간 피정을 이끌어 준 멘토 김영기 형제님 그리고 8주 피정을 이끌어 주신 지혜정자매님, 서약 후기를 빨리 써 보내 달라고 강요(?)하는 박미덕의장님에게 , 그리고 보이지 않게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CLC회원께 진심으로감사를 드린다.(끝)


이종길 어거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