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에크하르트의 물음

 

   대림 4주, 성탄은 분명 빛의 축제입니다. 우리는 대림 4 주일을 맞으며 햐얀 색의 초로 사각형의 정방형을 이루는 빛을 받아 축제를 엽니다. 오늘 복음으로 ‘주님의 탄생 예고’의 대목을 듣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신앙의 모범이신 마리아의 모습이 뚜렷이 부각되어 다가옵니다. 마리아의 두려움과 의문, 그러나 침묵 안에서의 내어 맡김, 그 절대적인 피아트, ‘예’는 참으로 위대한 역사의 장을 엽니다. 마리아의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순명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시는 역사의 정점을 가능하게 한 응답이기에 참으로 위대한 사건인 것입니다.

 

   제가 졸시 ‘은총의 사닥다리’에서 “어머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신/ 당신의 응답은/ 강생의 신비를 열었던 문이었고/ 구원의 샘이 되었습니다.”라고 썼었지요. 그렇습니다. 이 순명의 응답이 구원사의 시작인 것입니다.

   지금부터 600년 전 도미니코 회원이면서 탁월한 설교가요, 신비신학의 대가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이런 물음을 던졌습니다. “마리아께서 1400년 전에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셨는데 우리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 문화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을 낳지 않는다면 성탄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신비가였던 그는 하느님께서는 매 순간마다 모든 창조물 안에서 당신의 아들을 낳으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신지 2014년이 되는 성탄을 기다리면서 에크하르트가 던졌던 물음을 다시 상기해 보자고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정말 이 시대, 이 문화 안에서 우리가 다시 하느님의 아들을 낳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세상에 사랑의 씨앗을 뿌리지 못한다면, 2014년을 맞이하는 성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참으로 세상에 사랑을 낳고 씨앗을 뿌리고 나누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은 바로 사랑으로 세상에 오신 분입니다.

 

   오늘 제 1독서로 들은 사무엘 2서에서 왕이 다윗은 자기는 향백나무 궁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천막에 머물고 있음을 불편해 합니다. 예언자 나탄이 주님의 말씀을 받아 전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다. 나는 우선 이스라엘 왕권을 튼튼하게 세우겠다. 우선은 나의 사랑을 보여 주겠다. 내가 너의 하느님이며 나의 말을 참되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우리는 우선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사랑 받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마리아도 참으로 은총 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사의 탄생 예고의 첫 마디는 아주 중요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 탄생 예고에 앞선 축복은 마리아에게 참으로 떨리는 기쁨이었고 깨달음이었을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주어졌던 그 축복이 이제 우리에게도 주어집니다. 우리 역시 ‘예수 탄생 예고’를 듣습니다. 마리아에게 주어졌던 이 예고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예고이며 이 예고와 함께 우리에게 축복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우리 역시 오늘날, 이 시대에 이 문화 안에서 이 세상에 그리스도를 탄생시키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마리아가 그랬듯이 온전히 내어맡김으로서만 가능합니다. 의문을 던지되 그것을 뛰어넘어 “예”라고 응답할 때, 하느님의 아들, 사랑은 우리 안에 마치 꽃잎이 피어나듯 우리 안에 새롭게 다가옵니다.

   참으로 마리아는 우리의 모범이십니다. 마리아의 마음을 열고 자유로운 응답을 통해 자신을 내어 맡기는 태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순명의 정신입니다. 우리가 마리아처럼 침묵을 지키며 내어 맡길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당신의 아드님을 탄생시킬 수 있는 생명과 힘을 주실 것입니다. 마리아는 두렵고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에 싸였지만 침묵과 내어 맡김 안에서 그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어디뎠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그분이 우리를 어떻게, 어디로 이끄실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마리아가 지녔던 두려움과 의문, 그 물음은 우리의 삶 안에서도 중요합니다. 그 물음이 없다면 신앙은 맹목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회의와 물음, 거기서 출발하되,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믿음, 그것이 은총입니다.

   은총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불가능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창출해 내는 힘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은총에 자신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내어 맡김의 믿음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마리아에게서 그것을 보며 놀라워하며 우리 안에도 새로운 힘이 솟아남을 느낍니다. 그 힘을 그분께서 주셨듯이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탄생시킬 힘을 주실 것입니다. 다가오는 성탄, 우리가 세상 안에 참으로 그리스도를 새롭게 탄생시키도록 은총에 우리를 내어 맡깁시다